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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졸로 대학에 온다는 것> 13기 최설아대사(과학고/일반전형)
등록일 2018-04-01 오후 6:33:25 조회수 1879
E-mail kainuri@gmail.com  작성자 카이누리


중졸로 대학에 온다는 것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공식 학생홍보대사 카이누리 13기 최설아입니다.
저는 경기북과학고등학교를 2학년 때 조기 졸업하고 KAIST에 18학번으로 입학하여 새내기 과정 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입시 수기를 쓰기 전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특이한 과정을 거쳐 카이스트에 입학한 경우입니다. 따라서 수기의 내용이 일반적인 정보전달보다는 제 경험에 기본을 두고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전국에 있는 과학고 학생 중 저와 같은 고민을 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글을 작성해봅니다. 우선, 저는 1년 일찍 고등학교를 나와 KAIST에 18학번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없습니다. 즉, 현재 최종학력이 중졸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조기졸업고사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그리고 왜 2학년을 마치고 KAIST에 오게 되었을까요?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때는 제가 고등학교를 입학한 시점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머리가 좋은 학생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자존심이 강한, 그리고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학생이었습니다. 또 저는 첫 학기의 첫 성적이 그 학교생활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첫 시험에서 제 한계를 정하기 싫었기에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안정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등수였지만 이 성적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454, 이 일련의 숫자는 저의 1학년 1학기와 2학기, 2학년 1학기의 수학 등급입니다. 40등에서 50등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학고와 같이 수학 시수가 다른 과목의 배를 웃도는 학교에서, 수학 454는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나머지 과목을 아무리 잘 봐도 전교권에 들기는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수학 성적은 저에게 수학에 대한 트라우마를 만들어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의 끝을 찍은 과목이 바로 조기졸업고사였습니다. 저는 수학 조기졸업고사에서 떨어져 3학년을 준비하다가 KAIST의 입학 자격심사를 받고 입시를 진행한 경우입니다. 입학 자격심사는 과학기술대학에서만 지원하는 제도로 과학기술대학 각자 심사를 진행합니다. 그 심사를 통과하면 해당 학교에서만 입학 가능 자격을 얻게 됩니다. 즉 그 학교를 대상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습니다. 1학년 겨울에 다녀온 창의적 글로벌 리더 캠프로 인해 1지망이 KAIST였던 저는 망설임 없이 KAIST 하나만을 바라보고 입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학을 못 하는 학생에게 입시의 길은 험난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조기졸업시험 이후, 저는 KAIST에 붙기 위해 수학에만 몰두했습니다. 내신을 망치더니 조기졸업고사까지 떨어뜨린 수학이 너무나도 미웠지만 한편으로는 딱 한 번만이라도 수학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수학의 정석 책을 3번 이상 풀고, 블랙 라벨과 본고사 문제를 풀었습니다. 오답 노트와 개념정리, 증명공부도 따로 했습니다. 수학으로 면접까지 떨어진다면 문과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기 왔습니다.

 사실 저는 조기졸업고사에서 떨어졌거나, 성적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거나, 혹은 다른 뜻이 있어 3학년에 남는 모든 경우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3학년까지 생활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고, 고등학교의 인생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도 있습니다. 과학고에서 3학년은 부끄럽거나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제가 약간 무리해서라도 2학년 때 대학을 온 이유는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시간을 1년 벌 수 있다는 보편적 이유보다는 아쉬워서, 준비했는데 나만 이렇게 돼서라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몸을 많이 혹사해서 건강이 안 좋았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래서 전 저의 지금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하라고 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본인이 준비가 다 되었을 때, 그때 도전하십시오. 조기졸업을 하든 재수를 하든, 자신만의 타이밍과 과정이 있습니다. 그 적당한 타이밍과 과정에서, 당신은 좋은 KAISTian이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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