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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한번 힘을 내기로 해요> 13기 정현영대사 (자사고/일반전형)
등록일 2018-04-01 오후 6:30:54 조회수 1057
E-mail kainuri@gmail.com  작성자 카이누리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한번 힘을 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KAIST 공식 학생홍보대사 카이누리 13기 정현영입니다.

 저는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외대부고)를 졸업하여 KAIST에 18학번으로 입학했어요. 입시를 하며 마음에 새겨야 할 것들은 매우 많지만 저는 그냥 제 고등학교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분명 입시 도중 지쳐서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여러분이 제 이야기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3년간, 저는 그 누구보다도 매사에 열심인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외대부고 입학 후의 첫 수학 수업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요. 선생님께서 “기하와 벡터까지 모두 선행학습을 하고 온 사람 손 들어봐.”라고 말씀하셨어요. 모든 과목의 선행학습을 아예 하지 않고 고등학교에 온 저는 손을 드는 친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저의 착각이었죠. 절반 이상의 친구들이 손을 들었어요. 선생님께서 “그러면 기하와 벡터까지 두 바퀴 이상 공부하고 온 사람 손 들어봐.”라고 다시 말씀하셨어요. 이번에도 3분의 1 이상의 친구들이 손을 들더군요. 이렇듯 고등학교 교과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온 친구들이 대다수였어요. 그런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함께 공부하는 것은 버거웠고 때론 정말 슬펐어요. 게다가 저는 잠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어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자습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것도, 아침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온 저 자신을, 또 잠이 많은 저 자신을 탓하며 혼자 방에서 울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생활했어요. 수업시간에 졸려도 깨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자습시간에 공부하다가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포기하고 자 버렸어요. 그렇기 때문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보지 않아도 뻔했죠. 성적표 등급 칸은 숫자 6과 7로 가득했어요.

 난생처음 받아보는 점수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처럼 포기해버리면 영원히 이대로 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 우선, 일찍 일어나는 친구에게 매일 먹을 것을 주며 저를 깨워줄 것을 부탁했어요. 교복을 입기 귀찮아서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교복을 입고 자기도 했고, 아침에 화장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화장도 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억지로라도 매일 새벽 6시 30분에 등교하기를 시작했어요. 정말 피곤했지만, 자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불을 켤 때의 뿌듯함이 저를 매일 일으켜 세웠어요. 아침 자습 후 일과 도중의 태도도 크게 바뀌었어요. 우선 ‘무슨 일이 있어도 교실 안에서는 자지 않기’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했어요. 수업시간에 졸음이 찾아오면 바로 일어나서 키다리 책상으로 갔고, 그래도 졸릴 때는 얼굴에 미스트를 뿌리거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왔어요. 쉬는 시간에도 절대 자지 않았어요. 항상 쉬는 시간에는 예습이나 복습을 했고, 너무 졸릴 때는 건물 밖에 나가서 달리기를 하다가 들어왔어요. 점심시간에 급식실에 갈 때는 항상 한 손에 프린트물을 들고 갔고, 점심밥을 다 먹은 뒤에는 재빨리 자습실에 가서 공부를 했어요. 저녁에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시간이 아까워서 등교할 때 사복을 들고 나왔다가 저녁을 먹은 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어요. 자습 시간에는 남들보다 뒤처진 공부를 따라잡아야 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집중했어요. 항상 귀마개를 꽂고 공부했고, 졸릴 때마다 사물함 위에 책을 얹어 두고 서서 자습을 했어요. 야간 자율학습은 11시까지였지만 항상 11시 35분까지 남아서 공부를 한 뒤 자습실의 불을 끄고 기숙사로 돌아갔어요.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기숙사 자습실에 가서 2시나 3시까지 못 끝낸 공부를 하다 잤어요. 남은 시간마다 자습실에 가 있다 보니 나중에는 ‘자습실 거주민’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어요.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부터 성적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3학년 성적표의 등급 칸은 1, 2, 3으로 가득했어요. 1학년 성적이 낮아 3년간의 평균 등급은 기대보다 낮았지만, 가파른 성적 상승곡선은 대학 입시에 있어서 정말 큰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대학 면접의 면접관들은 모두 성적 상승 곡선을 언급하며 이에 대해 질문하셨어요. 이에 저는 앞에서 말한 노력들을 언급하며 ‘열심히 하는 사람’, ‘학년이 높아지며 배우는 내용이 전문화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성적이 낮아서 불안해하고 좌절하려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저를 보고 다시 한번 일어나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제가 3년간의 노력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은 성적이 아니에요. 저는 그 과정에서 ‘노력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스스로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전보다 열심히 살기 시작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1학년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2학년 때는 학급 부반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고, 여러 동아리의 부장을 맡아 친구들을 이끌어 나가기도 했어요. 또한,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밝아진 성격은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성격이 밝고 당당해지다 보니 주변에 친구들도 더욱 많아졌고, 이는 학교생활에서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지게 되니 저를 믿어주는 친구들도 저절로 많아졌어요. 이렇듯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노력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이런 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한 가지예요. 입시를 하다 보면 힘들고 지쳐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그때 ‘저런 사람도 힘을 냈는데, 나도 힘을 내야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파이팅 하기로 약속해요. KAIST에 입학한 저에게도 훌륭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다가 지치는 순간이 또 찾아올 거예요. 그럴 때는 여러분과 한 약속을 떠올리면서 저도 힘을 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과 KAIST에서 만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응원할게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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